세종영릉신도비(世宗英陵神道碑)는 동대문구 회기로56(청량리동 산1-157번지) 세종대왕기념사업회내에 있다.
총높이는 507cm이고 비신의 높이는 312cm이며 폭은 155cm, 두께 50cm로 이수(賂首)를 갖춘 통비(通碑)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되어 있다. 비의 건립 연대는 문종 2년(1452)이다.
비신은 거대한 대리석으로 되어 있으나 오랜 세월 지하에 매몰되어 있어 습기가 찬 탓인지 비면의 명문(銘文)이 거의 탈락되었다. 즉 석비 표면의 결이 1cm 정도의 두께로 떨어져 나가 대리석 내질(內質)의 연한 부분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의 이수 부분은 너비 96cm로 두 마리의 용이 좌우에서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각법은 매우 정교하고 깊은 음양각(陰陽刻)으로 이룩되었으나, 이 역시 손상이 심하다.
전액은 위에서 96cm 되는 지점에 2행으로 "세종영릉지비(世宗英陵之碑)"라고 종서되어 있으며 자경은 12～15cm 정도이다. 비신 오른쪽 하단에는 "겸성균대사성 신 정인지(兼成均大司成 臣 鄭麟趾)"와 함께 1행 왼쪽에 "신 용봉교서(臣 瑢奉敎書)"라는 글씨가 남아 있고 자경은 약 3cm이다. 다행히 비문은 《열성지상통기(列聖誌狀通記)》 또는 《전주이씨선원보첩(全州李氏璿源譜牒)》 등에 실려 있다. 비문은 정인지(鄭麟趾)가 짓고 비음기(碑陰記)는 김조가 지었으며 글씨는 전액과 함께 안평대군이 썼음을 알 수 있지만 명문이 거의 탈락되어 애석하다. 《문종실록》 2년 2월 20일조에
라는 기록이 보인다. 글씨가 붉다는 것은 각자에 붉은 인주빛을 먹였다는 표현으로 조선왕조 500년의 명필인 안평대군의 글씨체가 탈락되어 볼 수 없게 된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비는 왕릉의 신도비로서는 마지막 신도비로 다음 임금인 문종 이후로는 왕릉에 신도비 대신 표석만을 세우게 되었다. 그 이유는 임금에 관한 행상은 실록에 상세하게 기록 보존되게 마련인 터에 굳이 돌에 새기는 번거로움을 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든 이 영릉신도비를 세우기까지는 많은 공이 들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세종장헌대왕실록》에 의하면
「太祖 六年丁丑四月壬辰生於漢陽 俊秀坊潛邸 [註]」
라 밝혀 있듯이 태조 6년 4월 10일에 한양 준수방 곧 지금의 종로구 통인동에서 태어났다.
세종대왕의 이름은 도, 자는 원정(元正)으로 태조의 손자요, 태종의 제3왕자로 어머니는 민씨 원경왕후다. 태종 8년(1408)에 충녕군(忠寧君)에 봉해지고 태종 13년(1413)에 충녕대군에 진봉되었다가 태종 18년에 맏형인 양녕대군 시가 세자의 자리에서 쫓겨나자 그 대신 세자에 책봉되어 태종의 양위를 받아 22세로 조선 제4대 임금으로 등극하였다.
세종대왕은 왕위에 오르자 유명무실한 전관을 과감히 폐지하여 새로 집현전을 설치하고 도성을 개축하고, 젊고 재주있는 문신을 뽑아 사가독서(賜暇讀書)케 하였다. 한편 태배법(笞背法)을 철폐하고 태조의 《경제육전(經濟六典)》을 따라 《속육전(續六典)》 《육전등록(六典謄錄)》을 편찬하고 도천법(道薦法)을 설치하여 숨은 인재 등용에 전념하고 《농사직설(農事直說)》을 편찬 반포케 하여 농업발전에 이바지하였다.
특히 두드러진 업적으로서 훈민정음(訓民正音) 28자를 제정하여 반포하는 한편, 《효행록(孝行錄)》 《삼강행실(三綱行實)》 《오례의(五禮儀)》 《자치통감훈의(資治通鑑訓義)》 《치평요람(治平要覽)》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고려사(高麗史)》 《역대병요(歷代兵要)》 《동국정운(東國正韻)》 《석보상절(釋譜詳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등 각종 서적을 편찬 출간케 하였다.
또한 장영실(蔣英實) 등에 명하여 농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간의(大簡儀)" "소간의(小簡儀)" "혼의(渾儀)" "혼상(渾像)" "일구(日晷)" "앙부일구(仰釜日晷)" "자격루(自擊漏)" "누호(漏壺)"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등 천문 기계를 만들게 하였으며, 《칠정산내외편(七政算內外篇)》 등 역서를 짓게 하였고 측우기를 만들게 하여 우량을 측정케 하였다. 그리고 농사와 양잠에 관한 서적의 간행, 환곡법(還穀法)의 철저한 실시, 조선통보(朝鮮通寶)의 화폐 주조, 공법(貢法) 제정에 따른 전세제도(田稅制度)의 확립 등 경제생활 향상에 진력하였다.
이 신도비의 원위치는 대왕의 초장지(初葬地)인 서초구 내곡동 산13번지였으나 1974년 4월에 현위치로 옮겨졌다. 이 비의 발견 지점은 구 영릉지에서 약 1km 떨어진 순조의 인릉이 자리한 곳 근처이다. 1469년 여주의 신 영릉으로 천장시 이 비를 옮기다가 어떠한 연유에선지 발견 지점에 이르러 매몰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 이 석비의 이수는 비신에 붙어 있으나 귀부는 현지에서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자연석으로 이를 대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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